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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에 대해 똑똑해질 시간!

고령 부모 돌보는 4050세대의 금융준비법

by pro365day 2025. 5. 28.

고령 부모 돌보는 4050세대의 금융준비법 사진

 

고령 부모를 돌보는 4050세대에게 ‘치매’는 단순한 질병이 아니라, 갑자기 찾아오는 가정의 위기입니다. 육체적·감정적 부담도 크지만, 사실 많은 분들이 간과하는 것이 바로 ‘재정적 부담’입니다. 치매는 오랜 시간 지속되는 질환이기 때문에, 잘못 준비하면 수천만 원의 자산이 하루아침에 사라질 수도 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지금 부모님의 노후 자산을 어떻게 준비하고 관리해야 하는지 함께 고민하고, 대처 하기위해 말씀 드리고자 합니다.

1. 치매는 갑자기 오지 않지만, 준비는 미리 해야 합니다

치매는 어느 날 갑자기 뇌의 회로가 꺼지는 병이 아닙니다. 오히려 아주 서서히 다가옵니다. 기억력이 흐릿해지고, 약속을 잊고, 낯선 전화에 자꾸 반응하고, 의심이 많아지는 변화들이 나타납니다. 가족들은 대개 “노화 때문이겠지” 하고 넘기지만, 이 단계에서 금융적인 준비를 하지 않으면 뒤늦게 큰 손해를 보게 됩니다.

제가 실제로 만난 고객 중 한 분은, 78세의 어머니를 돌보는 48세 직장인이었습니다. 어머니는 치매 초기로 진단을 받았고, 이미 몇 달 동안 이상한 전화에 넘어가 몇 백만 원씩 인출하셨다고 합니다. 문제는 계좌와 부동산 명의, 보험 등이 모두 어머니 단독으로 되어 있어서 자녀가 개입할 수 없었다는 점입니다.

치매는 ‘인지능력’이 사라지는 병이기 때문에, 한 번 중증으로 넘어가면 법적으로 아무것도 못하게 됩니다. ‘위임장’도 쓸 수 없고, 재산을 정리하거나 팔거나, 보험금을 청구하는 것도 어려워집니다. 결국엔 후견인 제도나 법원의 판단을 받아야 하는데, 시간도 오래 걸리고 가족 간 갈등도 발생합니다.

이런 상황을 막기 위해서는 반드시 치매 이전에 재산 관리 체계를 세워야 합니다. 그 중심이 바로 ‘치매 대비 신탁’입니다.

2. 치매 신탁이란 무엇인가: 현실적인 정의부터 이해하자

신탁이라고 하면 아직 많은 분들이 ‘부자들의 상속용’ 또는 ‘기업 자산관리’ 정도로만 생각하시는데요. 지금은 다릅니다. 요즘의 신탁은 훨씬 현실적인 금융 수단이며, 특히 치매에 대비한 개인자산 보호 도구로 각광받고 있습니다.

신탁이란, 내 자산을 내가 정한 조건대로 운영·지급되도록 위탁하는 제도입니다. 예를 들어 “내가 건강할 때는 내가 쓰고, 치매 진단이 나오면 매달 일정액만 지급되고, 병원비는 특별 지출로만 사용하고, 사망 시엔 자녀에게 자동 상속되게 해달라”는 식으로 말이죠.

치매 신탁은 보통 아래와 같은 구조로 설계됩니다:

  • 위탁자: 자산을 맡기는 사람 (보통 부모)
  • 수탁자: 자산을 관리하는 기관 (은행, 신탁회사)
  • 수익자: 자산의 혜택을 받는 사람 (부모 본인 또는 가족)
  • 조건: 지급 시기, 금액, 사용 용도, 상속 방식 등 구체적 계약 조건

예를 들어, 70대 부모가 3억 원의 예금과 아파트를 신탁에 맡기고 아래와 같은 조건을 넣는다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 매달 200만 원 생활비 자동 지급
  • 병원비는 청구서 제출 시 인출
  • 부동산은 매각 금지
  • 중증 치매 진단 시 후견인에게 관리 권한 이전
  • 사망 시 자녀에게 균등 분할 지급

이렇게 하면, 치매가 왔을 때도 재산이 정해진 조건에 따라 관리되고, 가족 간 분쟁 없이 운영됩니다.

신탁은 단순히 ‘돈을 맡기는 것’이 아니라, 미래를 설계하는 ‘규칙’을 만드는 과정입니다. 특히 부모님의 의사 결정 능력이 남아 있을 때 설계해야 효력이 있으므로, 치매 진단 전 또는 초기 단계에 설계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3. 4050세대가 꼭 알아야 할 신탁 설계 팁

4050세대는 부모와 자녀 사이에 끼인 ‘낀 세대’입니다. 직장, 육아, 경제적 책임에 치매 돌봄까지 겹치면 정말 정신없죠. 이럴 때 치매 신탁 설계를 고려한다면, 다음과 같은 팁들을 꼭 기억하셨으면 좋겠습니다.

1) 부모님의 인지능력 확인이 먼저

신탁 계약은 반드시 부모님의 자발적 동의가 필요합니다. 즉, 아직 치매가 진행되지 않았거나 경증일 때만 가능합니다. 이 시기를 놓치면 신탁은 어렵습니다.

2) 소득과 지출 흐름을 정확히 파악

부모님의 자산 목록을 먼저 정리하세요. 예금, 부동산, 연금, 보험 등. 그리고 매달 필요한 생활비, 의료비, 간병비 등을 계산해서 신탁 조건을 설정해야 합니다.

3) 가족 간 협의와 투명한 설계

신탁은 나중에 형제들 간 갈등 소지가 있습니다. 그래서 초기 설계 단계부터 자녀들끼리 충분히 상의하고, 가능한 한 투명하게 조건을 공유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4) 전문가 도움 받기

신탁은 법적 효력이 크고 구조가 복잡합니다. 은행의 고령자 금융 전담팀이나 변호사, 공인신탁 전문가와 상담을 받는 것이 좋습니다.

5) 후견 기능도 함께 설정

신탁과 동시에 ‘지정 후견인’ 설정도 해두면, 치매가 왔을 때 자녀나 제3자가 법적으로 자산에 접근할 수 있는 권한이 생깁니다.

4. 치매 신탁 외에 고려할 수 있는 금융 구조들

치매 신탁 외에도, 고령 부모를 위해 4050세대가 준비할 수 있는 금융 구조는 다양합니다. 몇 가지 실용적인 방안을 소개하겠습니다.

■ 고령자 전용 예금 계좌

은행에서는 고령자를 위한 인지보호 계좌를 운영합니다. 하루 출금 한도 제한, 보호자 알림 기능, 고위험 거래 제한 등이 있어 사기 예방에 효과적입니다.

■ 간병보험

치매보험보다 저렴하면서도, 간병인을 지원하거나 요양병원비 일부를 보장하는 상품도 있습니다. 부모님이 건강하실 때 가입해 두면 부담을 크게 줄일 수 있습니다.

■ 가족 신탁과 공동 명의 계좌

부모님이 자산 일부를 자녀와 공동 명의로 설정하면, 자녀가 일정 수준의 관리 기능을 갖게 됩니다. 단, 이는 상속세나 가족 간 신뢰 이슈가 있을 수 있어 신중히 선택해야 합니다.

결론 – 치매 신탁은 부모의 자산을 지키고, 4050세대의 삶을 보호하는 전략입니다

제가 수많은 4050세대와 상담을 하며 느낀 가장 큰 공통점은 “알면서도 미루고 있다”는 점이었습니다. 치매는 언젠가 올 수 있다는 걸 알고 있고, 부모님 자산이 보호돼야 한다는 것도 알지만, 당장 일상에 치여 준비를 못하게 되는 겁니다.

하지만 치매는 어느 날 갑자기 법적으로도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사고’로 바뀝니다. 그 전에, 우리가 할 수 있는 유일한 대비는 바로 ‘설계’입니다. 치매 신탁은 그 설계를 가능하게 해주는 강력한 도구입니다.

4050세대는 지금이 마지막 기회입니다. 부모님이 여전히 판단력을 갖고 계실 때, 가족이 함께 준비하고 정리할 수 있을 때, 조금만 시간을 내어 함께 상의해 보시기 바랍니다.

치매 신탁은 부모님의 자산을 지키는 일이자, 4050세대인 우리 자신을 지키는 일이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