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금융소비자를 보호하고 있습니다." 금융기관 대부분은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하지만 실제 현장에선 ‘보호’라는 단어가 ‘실적’이라는 단어 앞에서 종종 우선순위를 잃습니다.
현장에서 느낀 금융상품 판매의 실상, 소비자 보호 교육의 형식주의, 그리고 내부자가 말하지 않으면 알 수 없는 제도적 한계를 실제 경험과 함께 현실을 알려 드리고자 합니다.
판매 현장의 진실
“적합성? 설명의무? 현실에선 실적이 먼저입니다.”
제가 처음 영업점에 배치됐을 때 가장 먼저 배운 건 상품 구조나 법 조항이 아니라 ‘판매 전략’이었습니다.
“이 상품은 오늘까지 마감이라 급해요.”
“이번 달 목표가 밀려서요. 도와주신다고 생각해 주세요.”
이런 멘트는 내부에서 ‘스킬’로 불립니다.
판매 현장에서는 금융상품을 ‘설명’하는 것보다 ‘유도’하고 ‘권유’하는 방식이 우선입니다.
판매 구조의 현실
- 금융사 내부의 상품 등급제는 대부분 ‘판매 난이도’가 아닌 ‘수익성 기준’
- 고수익 상품일수록 판매 장려금(인센티브)도 높음
- ‘적합성 원칙’은 본사에서 만든 형식적 체크리스트로만 존재
한 번은 실제로 ELS(주가연계증권) 상품을 고령자에게 권유하면서, 상세 설명은 커녕, “예금보다 수익률 좋다”는 멘트 하나로 사인을 유도한 동료가 있었습니다.
그 고객은 몇 개월 뒤 원금 손실을 겪고 민원을 제기했고, 그때서야 본사에서 “해당 직원에게 설명 책임이 있다”며 징계가 내려졌습니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판매를 유도한 내부 실적 압박 구조에 대한 책임은 아무도 지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내부 교육의 실상
“보호 교육은 받습니다. 하지만 현장에선 잘 쓰지 않습니다.”
제가 감사팀으로 부서 이동했을 때, 처음 맡은 업무 중 하나가 ‘영업점 금융소비자보호 교육’ 자료 제작과 시행 체크였습니다.
자료에는 이런 문장이 반복됩니다:
- “고객에게 반드시 상품 요약서를 교부하십시오.”
- “적정성 원칙에 따라 투자 성향을 확인하세요.”
- “설명한 내용을 녹취하거나 문서로 남기십시오.”
이론상 완벽합니다. 하지만 실행률은 30%도 되지 않는다고 봐야 합니다.
교육이 현장에 도달하지 않는 이유
- 시간 부족: 창구 1인당 하루 평균 상담 건수 20건 이상. 설명만 10분 넘게 해야 하는 상품도 있음.
- 교육 자체의 형식화: e-러닝 클릭으로 수료 처리. 실전 중심 교육 부재.
- 판매 목표와 충돌: 실적 미달 시 인센티브 삭감. ‘보호’는 평가 요소가 아님.
가장 씁쓸했던 건, 한 번은 교육 후 설문에서 직원이 이렇게 적은 걸 봤습니다.
“이런 교육 말고 고객에게 어떻게 ‘거절당하지 않고’ 파는 방법이 더 필요해요.”
시스템의 한계와 개선 방향
‘보호’가 말뿐이 되지 않으려면 무엇이 바뀌어야 할까?
금융소비자보호법이 시행된 이후, 분명 제도적 틀은 강화됐고, 금융기관 내부에도 전담 부서가 생겼습니다. 그러나 현장에는 여전히 ‘실적 압박’과 ‘형식적 대응’이 우선입니다.
내부자가 보는 구조적 문제점
- 성과 중심 문화: 보호 실천 여부는 정량화되지 않아 인사평가에 반영되지 않음.
- 내부 감시체계의 약화: 감사팀은 서류 점검 위주, 실질 설명 여부 확인 어려움.
- 책임 전가 문화: 고객 민원은 직원 개인 책임, 점포와 본사 구조는 책임 면피.
개선을 위한 실질적 제안
- ‘이해’ 중심 평가 시스템 도입: 고객 설문과 이해도 평가 반영
- 교육 개편: 실전 중심, 사례 기반 교육 필수화 및 판매 자격과 연동
- 상품 등급별 설명 방식 차등화: 고위험 상품은 3단계 설명 의무화 (대면 녹취, 요약서, 영상)
결론
금융소비자보호법은 단지 법률이 아닙니다. 그 법이 진짜 작동하려면, 현장에서 보호가 우선순위가 되어야 합니다.
제가 10년 넘게 금융기관 내부에서 경험한 건, ‘제도는 있지만, 문화가 따라오지 않는다’는 불편한 진실입니다.
그러나 변화는 내부에서 시작해야 합니다. 이 글은 내부자였던 저 자신에 대한 반성문이기도 하며, 지금도 보호와 실적 사이에서 고민하는 누군가에게 전하고 싶은 현실 보고서입니다.
‘금융상품을 팔았다’가 아니라, ‘고객이 이해하고 선택했다’는 순간이 많아질 때 금융소비자보호법은 비로소 실현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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